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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ream / 시대의 기록과 개입 : 박병래 _ interview
Q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박병래입니다. 아티스트입니다. 조금더 구체적으로는 비디오를 이용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2. 회화 전공이신데, 영상 작업을 하게된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 같은 경우 영상작업을 독일로 유학을 가서 그 동기를 찾게 된 케이스입니다. 한국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회화 작품들로 구성해 준비해서 갔었습니다. 독일은 입학시험 전에 미리 교수님을 컨택해서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조언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속을 잡고 교수님을 뵈었는데, 독일의 대학은 학생을 선별하는데 있어서 한국의 예술대학과는 기준이 조금 달랐습니다. 실기력이 높은 완성도 있는 학생을 원하기 보다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작품활동에 대한 의지로 자신이 속한 클래스에서 앞으로 함께 성장해 나갈 학생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저 처럼 이미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기법적으로 완성도 있는 포토폴리오에는 학생으로써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게 작가 활동을 권했지요.
하지만 당시 그 교수님께서는 그런 권유와 함께 고맙게도 이러저러한 조언들도 함께 해 주셨습니다. 몇 개월이 지나 사진을 이용한 일기 형식의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제작해서 다시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당시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작업을 하시던 교수님께서는 제 포트폴리오에 관심을 보이고 제게 비디오아트라는 영역에 대해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해 그 학교에 입학해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3. 작품 [Talks with me]를 보면 등장인물들에게 작가님이 직접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영상이 전개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작품을 촬영할 당시는 유학 중반을 지나서 후반으로 가던 시기였는데, 독일 생활도 어느정도 익숙해지면서 제 자신에 대하여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한국사회를 적당한 거리감과 함께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던 시기이기도 했구요. 그래서 저와 같은 상황의 다양한 국가의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의 작업에서는 과거 회화를 전공해서인지 이미지를 베이스로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Talks with Me] 작업을 계기로 현재의 기억, 공간, 개인 등의 키워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Q4. 작품에 등장하는 인터뷰어 세 명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한 명은 에스토니아에서 독일로 유학 온 친구였습니다. 일단, 에스토니아라는 나라 자체가 러시아로부터 독립 된지 얼만 안된 국가였기 때문에 저는 국가 자체가 혼란스러울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인터뷰를 해보니 혼란스러움 보다는 빠른 속도로 유럽사회에 유입을 하고 서구화 하려는 모습이 더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뚜렷한 자신의 목적을 갖고 유학을 온 친구였어요. 독일어도 독문학을 전공하는만큼 유창했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마치고 돌아간 후 에스토니아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꿈이 확실한 친구였습니다.
또 한명은 일본인 친구였는데 다른 친구들에 비해 나이가 많았어요. 여기저기 많이 돌아 다녀서 경험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동양인 이라서 동질감도 느끼고, 저와 비슷한 나이 또래라 말도 쉽게 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친구는 현지에서 독일인 남성과 결혼한 친구입니다. 아이가 있었고, 유럽 내에서 유럽으로 유학을 온 친구였지요. 프랑스와 독일은 서로 가깝지만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문화적인 차이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인터뷰 내용에서 보면 간혹 등장을 합니다.
Q5. [Zeboriskie Point] 속의 ‘째보’라는 인물이 우주복 차림으로 군산을 탐험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낯선 풍경에서 무언가를 채집하려 하고 무언가를 들춰 내려 하는 행위들을 하고 있는데, 이에 관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작품 속에서 째보의 행위는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전혀 가치가 없는 그저 눈앞에 펼쳐진 정보에 대한 단순한 채집 행위로 보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그의 탐사 행위도 중요하지만, 그의 행위 뒤로 펼쳐진 ‘풍경’에 더 주목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그 배경으로 펼쳐진 풍경에 제가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으니까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 째보의 탐사 행위가 전혀 가치가 없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Q6. 하나의 특정 도시가 지니는 특수한 역사성에 주목해서 식민화, 근대화, 산업화, 신자유주의라는 한국사의 전개과정을 시각적 화면으로 오버랩시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풍경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요. 질문하시는 분의 시야에 그러한 것들이 읽혀 졌다면 아직 우리 사회는 다음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계속 중첩되고 혼돈의 상태로 겨우 지탱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한 면에서 작품 ‘째보리스키 포인트’의 배경이 되고 있는 군산 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여러 소도시들의 풍경이 굉장히 비슷한데요. 특히 항구를 끼고 있는 소도시들은 일제시대 당시에 만들어졌던 건물들 이나 도시 기반 시설들이 현재까지 유지가 되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작품 제작 당시만해도 군산이라는 도시는 제 생각에 해방 이후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짧은 역사 속에서 경제 성장을 해 온 한국의 소도시들에 여러겹으로 중첩 되어있는, 소위 ‘역사성’이라는 레이어가 고스란히 쌓인 ‘풍경’으로 보였습니다.그와 동시에 자신이 살고 있는 ‘풍경’에 대한 주체로써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은 생각해 보고자 했습니다.
Q7. 작가님의 경우 작품을 진행하시면서 많은 분들과 협업을 하시는 과정이 있으신데 그 과정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제가 작품의 컨셉과 전체 스토리 작업을 하고, 그에 따른 콘티를 만듭니다. 경우에 따라서 그 다음 과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제가 주로 영상에서 연기자로 등장을 하게 되기 때문에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 필요한 사람들을 섭외합니다. 크게 영상을 카메라로 촬영할 사람, 스틸 사진을 촬영할 사람, 그외 의상 및 소품을 제작할 사람을 섭외합니다.
특히, 작품 촬영시 다양한 앵글을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맨은 보통 두 명 정도 섭외를 하고, 작업시 동시에 촬영을 진행합니다. 카메라맨은 아주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저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사람들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협업과정에서 많은 대가를 지불하기 힘들기 때문에 제 작품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의 이해를 바탕으로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품 제작에 들어가기 전, 다시 말해 사전 작업과 미팅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은 편입니다
Q8. 박병래 작가님의 주요 작품을 보면 개인을 둘러싼 공간, 기억, 놀이, 무의식의 이미지들을 소재로 작업 활동을 해오고 계신데요.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라기 보다는 작업 과정에서 생겨난 질문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현된 것들입니다. [Talks with Me] 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저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면서 과거에 제 작업에 사용하던 불분명하고 광범위한 언어들 보다 구체적이고 저에게 가까운 이야기들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 기억의 가장 바닥에 있는 공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 작품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에는 개인적인 공간을 둘러싸고 유년기의 놀이들이 있지만, 결국 그 곁에는 개인을 둘러싼 사회적인 이미지도 밀접하게 함께 놓여 있습니다.
Q9. [HALF MOON GAME]에서는 작가님 자신의 무의식적 세계를 형상화하고, 이를 통하여 그 속에 잠들어 있는 개입 또는 사회적 흔적들을 재구성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요소가 있다고 느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보충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작품에 사회, 정치적인 면을 내포하고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편은 아닙니다. 작품의 첫 장면에서 유년시절 유행했던 게임이 있었다는 것을 시작으로 약간의 언지를 던지는 정도 입니다. [HALF-MOOM GMAE] 에서는 유년시절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정부의 ‘프로파간다’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자의식이 생성되는 유년기의 이런 프로파간다를 내포한 매체의 경험은 개인의 인지 발달에 큰 작용을 하게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런 경험은 자신의 무의식에 남아 어른으로 성장해서도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결정을 내려야할때 개인의 의식 속에 어떤 넘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선’을 긋게 만듭니다.
다시말해 자신의 인지 능력을 확장하는데 약점을 붙잡고 있는 아킬레스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유년기의 이런 경험은 국가가 한 개인에게 가하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강력한 ‘폭력’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HALF-MOON GAME] 에서는 이런 제 개인적인 경험들을 바탕으로 내 의식 속으로의 여행기 형태로 제작했습니다.
Q10. [Elastic Cord Playing]에서는 과거 [HALF MOON GAME]의 연장선상의 작업으로 느꼈습니다. 자아의 다른 모습 그리고 ‘자신 속의 또 다른 나’와 ‘현실의 나’ 사이에서 읽어낼 수 있는 합일의 측면과 분열적 측면을 일렁거리는 거울이라는 장치를 통하여 진행되어가고 있는데, 이 작업 속의 장치들의 의미와 기능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두 작품을 구상할 당시에는 제가 연극적 연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배경 장치에 상징적인 장치들로 함축화 시키는 것을 즐겼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모든 것들을 최대한 단순화 시키려고 했고 그것이 작품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작용 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Elastic Cord Playing] 에서 일렁이는 거울의 경우 오히려 더욱 그럴 듯한 그래픽 효과를 사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플라스틱 필름을 벽면에 설치하고 일렁거려 보이게 반사시켜서 직접 촬영하는 방식을 선택 했습니다.
이러한 장치를 가지고 마주 보는 또 다른 ‘나’ 와 고무줄 놀이를 배우는 과정을 통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투영되거나, 혹은 거기서 파생되는 서로간의 경계를 뭉개며 경계의 없음이나 모호해짐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결국엔 자신이 생각했던 무의식의 기호를 꺼내다 보면, 지금의 저는 오직 ‘현재성’만을 지니며 살고 있는 개인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다시 말하면 과거로부터 축적된 하나의 응축된 이미지(어떤 것)로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마치 작품 속 두 명의 ‘내’ 가 불쑥 나타나 충돌하는 것 처럼요.
Q11. 더 스트림의 스크리닝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인디다큐페스티발 2016’에서 상영한 [화포이경]을 봤습니다. 작품의 배경인 전라남도 순천만의 화포 갯벌을 배경으로 시각 노이즈 음악가인 최준용 작가님과 함께 실행했던 4시간의 퍼포먼스를 기록한 이 영상작업에 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일반적인 협업 프로젝트의 경우 참여하는 각각의 인적 요소가 각자의 주관을 가지고 독립성을 유지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비해 ‘화포이경’ 프로젝트에서는 기획자, 배우, 도큐멘테이션, 이 세 가지의 인적 요소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유기적으로 작동을 했습니다. 이를테면 이 프로젝트에서는 ‘화포’라는 공간을 대상으로 노이즈 아티스트의 퍼포먼스가 독립적으로 계획되어 있었고, 제가 그 퍼포먼스를 저만의 방식으로 당일 현장에서 기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의 원활한 연계와 장소, 여타 촬영 당일의 장소 컨디션등을 체크하고 관리하는 것을 기획자가 관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사전에 최소한의 원칙만 약속되어 있었고, 그 외에는 모든 것이 당일 ‘화포’라는 장소에서 즉흥적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Q12. 작가님에게 있어 작품 편집 및 설치시에 가장 중요시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실, 절대적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영상을 편집할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리듬감’입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리듬감이 있습니다. 이 리듬감은 제 작품에서 이야기를 완성도 있게 보완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곧바로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과도 연결이 됩니다.
그리고 질문하신 설치시 장치적 요소의 경우는 시의에 따라 중요한 요소가 바뀌고 변화가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꼭 필요하지 않은 요소는 제거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Q13.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계속해서 기억, 공간이나 개인 등의 키워드로 새로운 작품들을 제작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이번 여름에는 어떤 개인들을 특별한 방법으로 기록할 예정 입니다. 아마 계획대로라면 가까운 시간에 제작 중인 새로운 작품들을 전시형태로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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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최요한 (더 스트림 연구원)
Edited by 한국 비디오아트 아카이브 [더 스트림]
* 본 인터뷰는 2016년 4월 29일에 진행된 한국비디오아트 아카이브 더 스트림[THE STREAM] 의 6th 스크리닝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 The Stream 원문 링크
http://www.thestream.kr